워홀 일기

[영국 워홀] #1/ 런던 생각보다 출발이 좋다. / U.K. working holiday

크로셰아트챗클럽 2025. 3. 14. 02:52

언제 시간이 가나 싶던 4개월이 훌쩍 지나갔다.

나의 2024년은 지금까지 보다도 더 빠른 듯싶다.

1년 새에 석사졸업장도 땄고, 여행도 많이 다녀왔고, 직장인이 되었다가 누구보다 빠르게 퇴사도 했고, 공황장애도 겪어보고, 첫 아트페어도 나가보고, 프리랜서로서 일도 여럿 받아서 해봤다.

이 일들이 어떤 성장을 겪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 나름 바삐 살았다 이야기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자취방 이사와 본가 이사때문에 정말 내 짐을 싹 정리했었다. 그 과정이 꽤 길고 힘이 많이 들어갔다. 새삼 사람은 정말 많은 물건과 함께 한다는 걸 느꼈다. 조금 덜 함께해도 될 듯싶은데, 책은 포기하고 싶지 않다.

나는 출발했다! 영국으로!!

25.01.20.

새벽 3시 기상해서 4시에 아빠와 함께 전주에서 인천공항으로 출발했다.

아빠가 많이 피곤하실까 걱정과 죄송함, 감사함이 함께 했었다.

새벽의 고속도로인데도 차는 드문드문 있었다.

원활하게 가지는 못했고 라인을 잘못 타서 길을 두 번 잃었고, 간신히 들어간 고속도로 커브길은 밤새 내린 이슬비에 빙판이 되어 차가 미끄러졌다. 다행히 사고는 안 났다.

아빠가 나를 보내기 싫어서 함께 다른 데로 갈 뻔했다고 농담도 하고... 어찌어찌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최근 인천공항의 보안 검색대의 기기 변경과 시스템 변경으로 3시간 전에 가도 촉박하다던데 나는 2 터미널이니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도착한 인천공항은 경기가 불경기여도 떠날 사람은 떠난다는 말을 그대로 보여줬다.

출국하는 사람 진짜 많다!!!

나는 이제 체력도 좋지 않고, 짐은 35kg 가까이 되니 경유는 못하겠다 싶어 대한항공 직항으로 티켓을 구매했었다.

공항에서 내가 해야 했던 건 '셀프백드롭'과 '환전한 파운드 찾기'였다.

백드롭 전에 전날까지 무게 초과 할까 봐 짐을 넣다 뺐다 했기에 무게 한번 달아보니 23.6kg 정도였다. 1~2kg 그램 정도는 초과돼도 괜찮으니 백팩에 있던 짐을 캐리어에 옮기고는 백드롭 줄에 섰다. 여기서부터 이미 줄 서기의 시작이었다.

셀프 백드롭은 이전에 유럽여행 갔을 당시 여러 국가의 공항에서 하던 경험이 있어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지만 기내로 가져갈 #따수미 난방텐트가 난관이었다.

이날 쩡쩡이 연차 내고 공항에 와주었다. 너무 고맙고 미안했다. 시간도 너무 이르고 공항은 인천중에서도 꽤 먼 곳인데 선뜻 온다는 선택에 놀라고 말았다. 만약 반대였을 때 난 생각도 못 했을 텐데 세심함에 감동을 받아버렸다.

배고팠을 이들을 위해 밥이라도 든든히 함께 하고 싶었지만 이미 8시부터 스마트패스나 일반줄이나 대기가 너무 길었어서 우리는 마음이 급해 근처 파리바게트에서 간단하게 먹고는 일어났다. 하도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이야기도 못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8시 40분부터는 나도 줄을 서야겠다 싶어서 움직였다. 쩡쩡을 먼저 보내고 아빠와 함께 있는데 시간이 조금 지나니 스마트패스 길이 확연히 줄었길래 고민하다 그쪽으로 이동했다. 안쪽 보안검색대에서도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고, 면세품 인도장도 들렸어야 했기에... 예상보다 아빠와의 인사가 빨라졌다.

메리랑 종종 아빠가 출국날 우시는 거 아닌가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우시진 않았지만 다시 돌아오라고 엄청 꼬시기는 하셨다ㅎㅎ

들어가서 보니 왜 오래 걸리는지 알았다. 줄은 꽤 긴데 운행기기는 1대였다. 10kg이 넘는 짐을 이고 지고 기다리는데 30분은 훌쩍 지나가니 죽을 맛이었다.

내 차례가 거의 다 왔을 때쯤에야 운행기기를 한 두대 늘리더니 4대까지 늘렸을 때 들어갈 수 있었다.

새로 바뀐 기기는 크루아상처럼 생겼다ㅎㅎ

여행 때는 절대 안 가져가는 전자기기를 죄다 가져와서 꺼내는 것도 일이었다.... 노트북, 아이패드, 공기계, 닌텐도스위치, 카메라 두대....ㅋㅋㅋㅋㅋㅋ

참 걱정했던 난방텐트는 많이 크지도 않고 폴대가 전부 뭉툭한 거라 그런지 별문제 없이 기내로 갖고 왔다.

면세장에 들어가자마자 인도장 가서 미리 주문한 것들을 받고 라운지나 갈까 했는데 줄이 너무 길어서 그냥 랜딩구간에 일찍 가서 기다렸다. 그동안 메리와 통화하면서 수다 떠는데 쩡쩡이 와줬다니까 그동안 내가 정말 잘 산거 같다고 이야기해 줬다. 이런 말 처음 들어봤는데 꽤 따뜻하고 가슴이 울리는 말이었다. 그와 동시에 나의 실수로 멀어진 친구가 떠올라 슬프기도 했다.

출발 전 엄마, 할머니, 아빠와 한 번 더 전화를 하고 쉬다가 비행기에 탑승했다.

면세품은 #브랜든 도난방지가방과 #궁중비책 선쿠션을 구매했다. 브랜든은 압축가방이 3개 정도 있는데 도난방지 가방을 구매할지 말고 고민이 있었다. 찾아보니 후기도 괜찮고 #롯데면세점에서 판매도 하고 세일도 하길래 원가보다 15,000원 이상 저렴하게 구매했다. 선쿠션은 지금 쓰는 식물나라 선크림이 붉은 끼라 홍조가 부각되는 것 같아서 바꿔볼까 하고 예전에 쓰던걸 다시 구매해 봤다.

브랜든 가방은 유럽에서 한국인 대부분은 쓴다더니 진짜 공항에서 브랜든가방 멘 사람을 많이 봤다.

나는 미니 사이즈 구매 했는데 생각만큼 뭐 많이 들 가지는 않는다 오히려 일본 갈 때 자주 들고 가는 아이 띵 소 미니백이 더 많이 들어간다. 하지만 도난방지니까!!!! 예전에 유럽 갈 때도 다른 브랜드로 샀던 거 같은데 어디다 처분했는지 모르겠다.

비행기에서의 14시간은 생각보다 지루하지 않지만 생각보다 다리와 허리가 아픈 시간이었다. 나는 최근 비행과 동시에 잠들어 버린다. 왜인지 모르겠는데 이것도 멀미의 일종인가 싶다.

전날 까맣게 잊고 볼거리를 다운로드하지 못했는데 모니터에 거의 넷플릭스처럼 볼 게 많았다. 코난 극장판도 있길래 당장 틀었다. 그 외에도 해외다큐 몇 편과 나나투어 세븐틴 편까지 보면서 미리 챙겨간 코바늘 작업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나나투어 볼 즈음은 비행시간이 3시간 남았을 즈음인데 중간에 이어폰 잭이 분리되어 가더니 잠시 화장실 가려고 빼두면서 잭이 코드에 꽂힌 채로 끊어져서 소리 없이 봤다. 자리가 내 뒤 대각선 한 자리 남았대서 옮기겠냐 했지만 이도저도 못하는 가운데 자리고 뒤를 보니 이미 양옆 사람들의 짐이 잔뜩이어서 거절했다 세븐틴 목소리를 못 듣는 건 아쉽지만 한국 방송은 전부 내레이션 자막이 있어서 불편하지는 않았다.

기내식은 2번에 스낵타임이 있었는데 나는 다른 분의 조언을 듣고 미리 특별식을 신청했다. 해물식으로 했는데 나쁘지 않았고 같이 나오는 루아팍버터가 맛있었다.

 
 
 
 

#특별식을 신청하면 다른 이들 보다 음식이 먼저 나와서 빨리 먹고 화장실을 갈 수 있대서 신청했었다. 덕분에 미리 발 빠르게 양치도 했다.

비행기에서 생각보다 못 자서 비몽사몽 한 채로 도착해 입국심사장에 갔는데 최근 한국인은 대면 심사가 아닌 E-Gate로 들어갈 수 있어서 입 벙긋도 안 하고 들어가서 짐 찾고 우버 타러 나왔다.

우버 타는 곳은 일반 택시 정류장과 다르게 주차장 내에 있었다. 우버를 부르면서 행선지가 같은 한국인을 찾았지만 없길래 슬프게도 홀로 타게 되었다.

히드로 공항에서 내가 묵는 임시숙소까지는 가는 방법이 여러 가지 있지만 나는 지하철과 우버 중에 고민했다.

지하철은 6파운드 정도에 1시간이 소요되고, 우버는 60파운드 정도에 1시간 소요였는데 난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우버를 택했다. 이때 EK언니가 도착까지 기다려주시고 행선지등을 미리 알려드리고 우버 정보까지 알려드려서 숙소 도착까지 기다려주셨다... 진짜 사랑이야 정말

HS언니도 우버에 보탬이 되라고 도와주셨는데 이런 언니들 없이 어쩌자고 내가 해외로 나온 거람... 나 더욱 열심히 살아야겠다.

내 첫 영국우버는 테슬라였다. 약간의 걱정과 함께 탑승했는데 별 탈 없이 숙소까지 도착했다. 러시아워 시간이라 예상보다 10분 늦어졌는데 그동안 스몰 톡으로 영국에 얼마나 있을 건지, 어디서 왔는지와 삼성, 유튜브로 보니 한국은 예쁘더라, 북한과의 사이, 김정은 이야기 등 등 나누는데 내 부족한 실력으로 어찌어찌 이야기는 했다...

숙소까지 가는 길에 도시 구경하는데 확실히 안전한 동네는 눈에 바로 띄었다. 그것은 바로 산책하는 강아지가 많다는 것!! 나중에 집 구할 때 참고해야겠다. 더 가다 보니 중간에 시끄러워서 보니 하마스반대 시위도 하고 있었다.

숙소 앞에서 내려 호스트 분을 만나 동네 센터 같은 건물로 들어갔는데 아파트 단지가 나와서 놀랐다. 영국은 단지를 모아두는구나 싶다.

숙소 입구

 

첫 숙소는 한인민박으로 정했다. 첫 시작이니 이모저모 도움도 받고, 부모님들 안심도 시켜드리고, 가격대가 나쁘지 않아서 선택했다.

#여우민박

후기가 좋길래 선택했던 곳인데 정말 도착할 때까지 계속 연락을 주고받아서 좋았다.

호스트분은 한국인 남성분이셨는데 투잡으로 운영하시는 듯했다. 숙소는 아담하지만 있을 건 웬만해서 다 있었고, 나는 기억도 안 나지만 3인실을 예약했었나 보다.

 
 
 

 

설명을 간단하게 듣고 조금 있다 보니 호스트 분께서 나의 룸메가 되실 분들을 데리고 오셨다. 이때 난 너무 지쳤고 한국 시간 새벽 2시 즈음 이어서 기절 직전이어서 누워있다가 맞이하게 되었다.

저녁은 룸메 분들과 라면을 끓여 먹기로 했다. 같은 방인데 혼자 딜롱 먹는 것보다는 라면 드실 이야기 하길래 함께 하자 했다. 계란도 있길래 계란까지 넣어 끓였다.

진라면 매운맛 맛나버려

이야기하면서 먹는데 서로를 선생님이라 부르길래 나도 그냥 선생님이라 불렀다. 대화를 할수록 이분들 굉장히 교무과 조교 하던 시절 선생님들과 화법이 비슷했다. 그래서 친숙하고 너무 웃겼다. 이야기할수록 익숙한 이들의 향기가 나....

서로 언제 왔냐 이야기하는데 같은 비행기에 심지어 같은 라인에 타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한 분은 내가 뜨개질하는 게 인상 깊어서 기억했고, 나는 옷 색이 눈에 띄어서 기억하고 있었다. 룸메분들은 지하철 타고 오셨댔는데 진작 알았다면 같이 우버 타는 건데..!!!! 호스트님!! 미리 알으셨을 텐데 귀띔 좀 해주시지ㅠㅜㅜㅜ

라면 먹고 순서 정해서 씻는데 방이 아담한데 다들 캐리어가 28~30 인치라 돌아가며 열어야만 했다ㅎㅎ

씻고 나니 옆자리 선생님은 8시에 잠드시고 나도 일기 쓰다가 안 되겠다 싶어 9시에 기절했다.

다만 낯선 곳에서 자주 깨는지라... 11시에 큰소리가 나서 깨보니 싱크대 수도가 터져서 수리하시느라 시끄러웠고 그 외에도 새벽 3시, 5시, 7시에 계속 깼다. 이때마다 한국은 낮 시간 대라 카톡 좀 하며 보냈다. 잠은 깊게 잔 것 같은데 너무 자주 깨서 슬펐다. 근데 순수 수면 시간은 7시간은 되는 것 같다ㅎㅎ!!

사실 영국에서 예술적 성장은 바라지만 삶에 대한 기대는 없었는데 기대가 없어서 인지 더욱 런던이 괜찮게 느껴졌다. 생각보다 런던 출발이 좋다.

지출 내역

우버 : £57.28

약 101,480원